사고
과실비율은 당사자가 정하지 않습니다. 신청도 직접 못 합니다
사고 현장에서 오간 말은 어느 서류에도 칸이 없습니다. 그런데 과실비율은 보험사끼리 정하고, 분쟁심의위원회에는 당사자가 직접 신청할 수도 없습니다.
사고가 나면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대개 그 직후 몇 초 안에, 나중에 가장 중요해질 말이 나옵니다.
못 봤어요. 제가 급했습니다. 저기서 갑자기 나오셔서.
그리고 며칠 뒤 보험사끼리 과실비율을 정할 때, 그 말들은 어느 서류에도 없습니다.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서류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칸은 있어도 「뭐라고 말했나」 칸은 없습니다.
현장에서 법이 요구하는 것
먼저 의무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인적사항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나면 사고후미조치가 됩니다. 단순한 행정 위반이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접촉이 가벼웠다거나 상대가 괜찮다고 했다는 사정으로 면제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다음부터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과실비율은 당사자 손을 떠나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놀라운 대목입니다.
과실비율은 양측 보험사가 협의해 정합니다. 당사자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준으로 쓰이는 것은 손해보험협회의 과실비율 인정기준인데, 이 기준 자체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참고 자료입니다.
그리고 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 갈 수 있는 곳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인데, 여기가 문제입니다. 당사자는 직접 신청할 수 없습니다. 피보험자나 사고 당사자의 신청을 받지 않고, 가입한 보험사나 공제사를 통해서만 신청을 요청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판단하는 사람도 내가 아니고, 이의를 제기하는 통로도 내 보험사를 거칩니다. 내가 직접 넣을 수 있는 것은 사실관계 자료뿐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무엇을 남겼는가가 사실상 유일한 지렛대가 됩니다.
사과와 과실 인정은 다릅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이 이것입니다.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괜찮을까.
사과와 과실 인정은 법적으로 같은 것이 아닙니다. 과실비율은 사고 유형, 도로 상황, 진행 방향, 신호 체계 같은 객관적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한마디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현장 발언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후 협의 과정에서 상대가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인정하는 취지의 말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치신 데 없냐고 묻는 것과, 제가 다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반대 방향도 성립합니다. 상대가 “제가 못 봤어요”라고 말했다면, 그 사실 역시 남길 가치가 있습니다. 며칠 뒤 상대의 진술이 달라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합의하지 마십시오
가벼운 접촉이면 그 자리에서 몇십만 원 주고받고 끝내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권하지 않습니다. 사고 직후에는 부상이나 차량 손상이 아직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이나 허리 증상은 하루 이틀 뒤에 나오는 일이 흔하고, 범퍼 안쪽 손상은 정비소에 가야 보입니다.
그 자리에서 합의하면 이후 추가로 발견된 손해를 청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인적 피해 가능성이 있다면 경찰 신고와 보험사 접수를 먼저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블랙박스가 안 담는 구간
블랙박스가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블랙박스는 충돌 순간의 영상과 차내 소리를 남깁니다. 그건 과실비율 판단에 매우 유용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대화는 대개 그 뒤에 벌어집니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려 도로 한쪽에 서서 나누는 대화입니다. 차 안 마이크가 그 거리의 대화를 온전히 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즉 블랙박스는 사고 자체를 남기고, 남지 않는 것은 사고 이후의 말입니다. 그리고 과실비율 협의에서 다투게 되는 것은 후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몇 초를 남기는 방법
사고 직후는 준비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방금 충격을 받았고, 심장이 뛰고, 차를 세울 자리를 찾고, 상대가 다가옵니다. 그 상태에서 휴대폰을 꺼내 녹음 앱을 열고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말은 대개 처음 10초 안에 나옵니다. 녹음 버튼을 누르면 이미 늦는 이유에서 다룬 구조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입니다.
TalkSafe는 그 시간차를 메우려고 만들었습니다. 미리 말을 정해두면 그 말이 들릴 때 녹음이 시작되고, 화면이 잠긴 상태에서도 동작합니다. 시작 직전 30초까지 함께 저장되므로, 뒤늦게 알아차린 발언도 파일에 남습니다.
키워드는 화자에 묶여 있지 않습니다. 내가 할 말이 아니라 상대가 할 말을 걸어둘 수 있습니다. 사고 현장이라면 “괜찮으세요”, “못 봤”, “보험” 같은 말이 그 자리에서 실제로 나오는 표현입니다.
남긴 파일을 어떻게 보관하고 필요한 구간만 어떻게 추려서 어디에 내는지는 녹음한 다음에 해야 할 일에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면
교통사고에서 당사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과실비율은 보험사가 정하고, 이의 제기 통로도 보험사를 거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법이 요구하는 조치를 합니다. 정차, 구호, 인적사항 제공. 이건 선택이 아닙니다.
둘째, 그 자리에서 합의하지 않습니다. 아직 보이지 않는 손해가 있습니다.
셋째, 사실관계를 남깁니다. 사진과 위치, 그리고 오간 말. 앞의 둘은 대부분 알고 계시고, 마지막 하나만 대개 비어 있습니다.
이건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양쪽 모두에게 같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내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주장당하는 것도 같은 기록으로 막힙니다.
일반적인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나 가입 보험사, 손해보험협회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현장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성명과 전화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면 사고후미조치가 되고, 이는 행정 위반이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과실비율은 누가 정하나요?
당사자가 아니라 양측 보험사가 협의해 정합니다. 손해보험협회의 과실비율 인정기준이 참고 자료로 쓰이지만, 이 기준 자체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과실비율에 이의가 있으면 분쟁심의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나요?
당사자가 직접 신청할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는 피보험자나 사고 당사자의 직접 신청을 받지 않고, 가입한 보험사나 공제사를 통해 신청을 요청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현장에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과실을 인정한 것이 되나요?
사과와 과실 인정은 법적으로 같은 것이 아닙니다. 과실비율은 사고 유형과 도로 상황, 진행 방향 등 객관적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현장 발언은 이후 협의 과정에서 상대방이 주장의 근거로 삼을 수 있으므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인정하는 취지의 말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합의해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사고 직후에는 부상이나 차량 손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 자리에서 합의하면 이후 추가로 발견된 손해를 청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인적 피해 가능성이 있으면 경찰 신고와 보험사 접수를 먼저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대 운전자와의 대화를 녹음해도 되나요?
본인이 참여하는 대화의 녹음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타인 간 대화의 녹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오간 말은 어느 서류에도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 사실관계를 남기는 수단이 됩니다.
블랙박스가 있으면 녹음은 필요 없지 않나요?
블랙박스는 충돌 순간의 영상과 차내 소리를 남기지만, 사고 후 두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도로 한쪽에서 나누는 대화까지 담기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과실비율 협의에서 문제가 되는 말은 대개 그 시점에 나옵니다.